국군포로장례식장에 마련된 제단-국군포로가족회제공

국방부는 2일,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2009년 탈북해 귀환한 국군포로 한 분이 이날 새벽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강원도 양구전투 중 포로가 되어 북한 협동농장에서 노동자로 살아오다, 50여 년의 억류 생활 끝에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고인의 유족 의사에 따라 성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두희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고인의 원소속 부대인 육군 제5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제52사단 장병들도 빈소를 찾아 국군의 이름으로 마지막 예를 다했다.

빈소에는 사단법인 국군포로가족 정착지원협회와 국군포로가족회(대표 손명화) 소속 회원들도 함께했다. 북한에서 태어나 국군포로의 자녀로 살아온 이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자원봉사를 통해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손명화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국군포로 장병들이 북한에서 이름 없이 희생됐고, 우리는 그분들의 후손이자 살아 있는 증인입니다. 이제 국가가 그 고통의 역사를 마땅히 품고 바로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994년 고 조창호 중위가 최초로 귀환한 이후, 지금까지 총 80명의 국군포로가 생환했고, 이번 별세로 현재 국내 생존 귀환 국군포로는 단 6명만이 남게 됐다. 대부분 고령이며 건강이 악화되어 생존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다.

국군포로의 존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픈 과거이자, 아직 끝나지 않은 국가적 책무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북한에 억류되어 생을 마감한 국군포로는 수천 명에 달하며, 그 후손들 또한 법적 지위와 보훈대상자 인정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손 대표는 “국군포로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자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다. 이들의 명예회복과 유족에 대한 보상 및 정착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빈소에 모인 이들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헌화하며 조용히 기도했다. 한 참석자는 “이름 없는 전사에게 국가는 이름으로 보답해야 한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별세는 단순한 개인의 사망이 아닌, 6·25 전쟁의 고통과 분단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형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경고다. 귀환 국군포로 한 명 한 명이 떠날 때마다,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국가가 그 희생에 응답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장세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