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심층면접 결과 "북한에서도 주택 매매 일상화…역세권 아파트·3∼4층 선호"

- 탈북민 6천351명 심층면접 결과로 본 北주민 경제·사회 인식 실태

한강 승인 2024.02.06 20:59 의견 0
작년 5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평양 대평지구 살림집 준공식.연합뉴스


"평양에서 집이 비싼 곳은 중구역과 평천구역 같은 강북이고, 대동강 구역 같은 강남은 좀 싸다. 강남에 지하철이 없어서 그렇다." (2017년 탈북민 A씨)

"국가가 주는 집이 있는 당 일군(간부)은 책임비서나 조직비서, 인민위원장까지이고 그 밑에부터는 다 집을 팔고 사고한다." (2019년 탈북민 B씨)

통일부가 '3급 비밀'로 분류해오다 6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2013∼2022년 탈북민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개인 간 주택 매매가 비공식적으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통일부 제공


북한의 주택 매매는 소유권이 아니라 살림집 이용 허가증, 통칭 '입사증'을 사고파는 것이다.

북한에 살 때 주택 양도·매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의 총합계는 탈북시기별로 2000년 이전 10.7%이다가 2016∼2020년에는 46.2%로 늘었다.

2016∼2020년 탈북민은 주택 판매와 구매 시에 각각 30.1%와 20.0%가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개인이 존재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주택 매매는 김정일 시대에 점차 확대됐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게 됐다"고 분석했다.

자료=통일부 제공


또 북한에도 남한처럼 역세권이 존재하는 등 주택의 가격에 입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0년 탈북민은 42.9%가 주택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위치'를 꼽았으며 아파트나 단독 등 주택의 유형(18.9%), 주택의 크기(14.1%) 등이 뒤를 이었다.

좋은 주택의 위치로는 시장이나 공공기관에 가까운 곳을 공통으로 꼽았고, 평양에서는 지하철역 근접성도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선 고층 아파트의 중간층을 선호하는 데 비해 북한의 '로열층'은 일반적으로 3∼4층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지난 2019년 탈북한 B씨는 심층면접에서 "고층은 좀 싼 데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아파트 3∼4층을 당에서 받은 사람은 '호박'을 잡은 거라고들 한다"고 전했다.

자료=통일부 제공


법으로 금지된 사적 고용은 활발하진 않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늘고 있다.

사적 고용, 이른바 '삯벌이'를 해본 경험은 2000년 이전 탈북민 중에는 4.5%에 불과했으나 2016∼2020년 탈북민에서는 14.7%로 상승했다. 삯벌이시켜본 경험은 같은 기간 1.2%에서 17.2%로 더욱 가파르게 뛰었다.

사적 고용이 존재한다고 답변한 업종은 농축산(26.6%)이 가장 흔하고, 건설현장(11.2%), 광산(10.1%), 공업품 생산(8.0%), 상점(5.3%), 식당(5.1%), 운수(4.5%) 등도 있었다.

자료=통일부 제공


대규모 상업은행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민 간 사금융 행위, 즉 비공식 금융시장이 초보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동향도 확인된다. 돈을 빌렸을 때 이자를 지급한 비율은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42.1%로 늘었다.

사적 대부의 이자율은 매우 높은 편으로 2016∼2020년 탈북민의 증언에 따른 월평균 이자율은 7.1%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 프리덤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