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집이 비싼 곳은 중구역과 평천구역 같은 강북이고, 대동강 구역 같은 강남은 좀 싸다. 강남에 지하철이 없어서 그렇다." (2017년 탈북민 A씨)
"국가가 주는 집이 있는 당 일군(간부)은 책임비서나 조직비서, 인민위원장까지이고 그 밑에부터는 다 집을 팔고 사고한다." (2019년 탈북민 B씨)
통일부가 '3급 비밀'로 분류해오다 6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2013∼2022년 탈북민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개인 간 주택 매매가 비공식적으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주택 매매는 소유권이 아니라 살림집 이용 허가증, 통칭 '입사증'을 사고파는 것이다.
북한에 살 때 주택 양도·매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의 총합계는 탈북시기별로 2000년 이전 10.7%이다가 2016∼2020년에는 46.2%로 늘었다.
2016∼2020년 탈북민은 주택 판매와 구매 시에 각각 30.1%와 20.0%가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개인이 존재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주택 매매는 김정일 시대에 점차 확대됐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에도 남한처럼 역세권이 존재하는 등 주택의 가격에 입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0년 탈북민은 42.9%가 주택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위치'를 꼽았으며 아파트나 단독 등 주택의 유형(18.9%), 주택의 크기(14.1%) 등이 뒤를 이었다.
좋은 주택의 위치로는 시장이나 공공기관에 가까운 곳을 공통으로 꼽았고, 평양에서는 지하철역 근접성도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선 고층 아파트의 중간층을 선호하는 데 비해 북한의 '로열층'은 일반적으로 3∼4층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지난 2019년 탈북한 B씨는 심층면접에서 "고층은 좀 싼 데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아파트 3∼4층을 당에서 받은 사람은 '호박'을 잡은 거라고들 한다"고 전했다.
법으로 금지된 사적 고용은 활발하진 않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늘고 있다.
사적 고용, 이른바 '삯벌이'를 해본 경험은 2000년 이전 탈북민 중에는 4.5%에 불과했으나 2016∼2020년 탈북민에서는 14.7%로 상승했다. 삯벌이시켜본 경험은 같은 기간 1.2%에서 17.2%로 더욱 가파르게 뛰었다.
사적 고용이 존재한다고 답변한 업종은 농축산(26.6%)이 가장 흔하고, 건설현장(11.2%), 광산(10.1%), 공업품 생산(8.0%), 상점(5.3%), 식당(5.1%), 운수(4.5%) 등도 있었다.
대규모 상업은행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민 간 사금융 행위, 즉 비공식 금융시장이 초보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동향도 확인된다. 돈을 빌렸을 때 이자를 지급한 비율은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42.1%로 늘었다.
사적 대부의 이자율은 매우 높은 편으로 2016∼2020년 탈북민의 증언에 따른 월평균 이자율은 7.1%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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