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북중 관계 변화와 더불어 북한의 대외무역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16일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조선관광 사이트에는 ‘국제렬차시간표’라는 제목으로 평양과 베이징, 단둥, 모스크바를 잇는 열차 스케줄이 새롭게 공개됐다. 노선은 ▲평양-베이징 ▲평양-단둥 ▲평양-모스크바 등 3가지이며, 이 중 실제 운행 중인 구간은 평양-모스크바 직통열차뿐이다. 이 노선은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지난달 17일부터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반면 평양과 베이징·단둥을 잇는 여객열차는 여전히 운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사이트에 구체적인 스케줄이 게시되면서 운행 재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NHK 역시 지난 1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중국이 평양-베이징 여객열차 운행 재개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이트에 따르면 평양발 베이징행 열차는 매주 월·수·목·토요일 오전 10시 25분 출발해 단둥과 선양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다. 베이징발 평양행 열차는 동일한 요일 오후 5시 27분 출발해 선양과 단둥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만약 운행이 재개된다면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1월 중단된 이후 5년 6개월 만의 복귀가 된다.
■ 북-중 무역업계, 기대와 우려 교차
중국 내 북한 무역업자들 역시 이번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북-중 무역 관계자는 “여객열차 재개는 곧 화물 및 무역 교류 활성화 신호로 읽힌다”며 “중국 측에서도 일정 부분 긍정적 반응이 있지만, 여전히 무역조건 개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중국 기업들이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급여 조건을 이용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다. 일부 중국 합작회사들은 북한 인력 활용 문제와 정치적 부담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러시아행 노선 확대, 북-러 밀착 신호
또한 최근 재개된 평양-모스크바 직통열차는 북한의 대외무역 전략이 중국 중심에서 러시아 쪽으로 점차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제재 국면 돌파를 모색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북·러 밀착을 통해 극동 지역 경제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중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중국의 무역협정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북한 무역은 점점 러시아 쪽으로 더 기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내 일부 북한 합작회사들이 최근 러시아와의 신규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 북-중-러 3각 구도, 새로운 국면 맞나
결국 이번 평양-베이징 여객열차 운행 재개 여부는 단순한 관광 재개 차원을 넘어, 북한의 대외경제 전략과 북중러 3각 구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정상화하며 일정 부분 경제 회복을 시도할지, 아니면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기존 북중 무역구도를 재편할지는 향후 몇 개월간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향후 북중 여객열차가 실제 운행에 들어갈 경우, 북중 간 무역뿐 아니라 중국 내 북한 근로자 및 무역업자들의 활동 반경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모스크바행 노선 강화는 북러 경제·군사협력 심화의 가시적 신호로 해석된다.
장세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