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교의 바리케이드.(사진=연합뉴스)

30대 탈북민의 월북 시도가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며 탈북민의 생활고와 사회적응 어려움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통일 준비의 사회적 과제를 지적했다.

지난 2023년 10월 1일 오전 1시께, 30대 탈북민 남성 A씨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한 차고지에 차 키가 꽂혀있던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로 내달렸다.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버스는 통일대교 남문 검문소 초병의 제지를 뚫고 군사시설 보호구역까지 진입해 더 달린 후 북문 검문소 앞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A씨는 현장에서 체포돼 국가보안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근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1년 12월 단신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후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2018년 다리를 다친 뒤 건강이 악화했고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워졌다.

고시원에 살며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등 계속된 생활고에다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 겹쳐 월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대한민국 사회에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현실을 일부 보여주는 것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주민센터에서 “남한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북한에서 사는 것이 남한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고, 재판에서는 “북한에서는 하루 이상 굶어 본 적이 없는데, 남한에서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는 제 모습을 보니 돈이 없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2023년 말 기준 한국에 입국한 누적 탈북민은 3만4천314명(작년말 기준)이며, 2025년 1분기 38명이 추가 입국했다.

‘202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실업률은 6.3%(2023년 4.5% 대비 악화)로, 국민 평균(3.0%)의 두 배를 넘는다. 2012~2022년 31명이 월북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등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탈북민은 211명(작년말 기준)이나, A씨처럼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경기 안성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는 이산가족 양한종(88)씨가 탈북민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한 감사 행사가 열렸다.

양씨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여러분이 노력한 만큼 더 좋은 삶을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저의 작은 기부가 새로운 꿈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