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이 버린 카드, 민족이 흡수하여 통일 이루자!

- 흡수통일과 한반도 정세 변화
- 흡수통일의 개념과 최근 동향

안찬일 승인 2024.09.23 11:12 | 최종 수정 2024.09.23 11:17 의견 1
인터넷 캡처


흡수(吸收·Absorption)란 빨아서 거두어들인다는 뜻이다. 어떤 물질을 빛이 통과하면서 빛의 세기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물질이 빛을 흡수했다' 라고 한다. 흡광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이것은 물리학적 설명이며 화학적 설명은 좀 다르게 구성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흡수통일’이란 말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독일 통일 직후부터이다. 흡수통일이란 남북통일의 방향 가운데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남한 주도 통일, 그중에서도 북진통일과 달리 대한민국 국군의 무력이 동원되지 않고, 쉽게 말해 전쟁을 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정부가 그대로 북한 지역을 흡수하는 통일을 설명하는 용어다.

부연 설명하면 적화통일과 반대되는 말로, 색채어에 주안해 백화통일, 청화통일, 녹화통일이라고도 부른다. 다만 이것들은 '남한 주도 통일'을 포괄적으로 부른다는 느낌이기에 무력을 사용하는 북진통일, 멸북통일도 이렇게 부를 수 있지만 분명히 과한 측면이 있다. 남북 간 경제력의 차이가 추정치로만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까지 차이나기 때문에 남한 지역이 북한 지역의 낙후된 경제력을 모두 책임지는 형태의 통일로 명히 여겨진다. 남한에서 돈을 주고 북한을 사는 것으로 비유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비싼 통일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예부터 남북통일은 독일의 통일을 롤모델로 삼는 경향이 흔한데, 독일의 통일도 전쟁 없이 동독이 서독에게 흡수되었던 것이므로 독일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 이뤄지는 통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흡수통일의 핵심은 그 흡수의 대상이 북한 정권이냐, 북한 인민이냐의 구분이다. 얼마 전 얼굴을 공개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참사는 북한 인민들이 목이 터지도록 통일을 외친다고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먹고 살기 힘드니 세상이 바뀌길 원하는데 독재 권력이 무서우니 저항은 못하고 ‘통일’이란 막연한 변혁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통일의 때는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민의가 비등점에 다다르고, 군대의 인내가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는데 평양 정권이 그걸 무엇으로 가로막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침 북한은 저들의 동북 4성쯤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북한을 버릴 듯 각을 세우고 있다. 북·중 사이에 예전과 다른 파열음이 표출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숙적"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또 한국을 포함, 주요국이 대부분 참석한 중국의 공식 행사에도 북한 외교사절을 보내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19일 언론에 "최근 김정은이 자신들에게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을 겨냥해 '숙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공개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7월 중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중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중국을 "숙적"으로 부른 맥락과 발언을 한 대상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최근 북한의 밀수 행위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김정은이 사용하는 '1호 물품'까지 압류한 뒤 반환 요청을 거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발언은 당과 군 조직 내에서 체계적으로 전파되며, 일종의 행동 지침으로 작용한다. 김정은이 직접 중국을 숙적으로 부른 무게감이 작지 않은 이유다.

향후 북한의 대중 기조에도 이런 '1호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개행사 참석을 두고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중국 국방부가 지난 7월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건군 97주년 리셉션을 열었는데, 주중 북한 무관들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도 마찬가지, 왕야쥔 (王亚军) 북한 주재 중국 대사는 북한이 정권 수립 76주년을 맞아 개최한 평양시 경축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북한과 중국은 ‘이별’할 준비가 다 된 것 같아 보인다. 즉 중국은 러시아에 급하게 기운 북한, 두 개 국가론을 주창하는 김정은 정권과 당분간 단절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비서실장이며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는 임종석이 평양의 두 개 국가론 스텝에 발맞추어 당분간 평화만 유지하고 통일은 미루자는 악담을 해 나라가 시끄럽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며 ‘두 국가론’에 맞장구를 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통일 하지말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주장에 대해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종북(從北)인 줄 알았더니 충북(忠北)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임종석 전 정권 비서실장과 몇몇 좌파 인사가 던진 발언이 대한민국 헌법과 안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이렇게 김정은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행태를 종북을 넘어 충북이라 한들 과장이라 할 수 있겠느냐"면서 "북 주장의 논리구조를 모를 리 없는 일부 좌파들의 복명복창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이제 이 나라의 반통일논자들은 대한민국을 떠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민족의 운명을 두고 흥정하려는 자들이 한때 권력을 쥐고 흔들던 자들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야비한 ‘통일장사꾼’들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마침 오는 9월 28일 분단의 상징 임진각에서는 8천만 민족의 통일을 촉구하는 3만명 「통일천사」의 1000만시민 통일대행진이 진행된다. 이제 우리는 혈맹이 버린 저 한핏줄의 북한 동포를 껴안기 위해 힘차게 마중나가야 한다. 언제 한 번 북쪽을 향해 ‘동포 여러분 우리 손잡고 평화통일 합시다“ 이렇게 러브콜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 한 번 제대로 통일고백을 할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모이자 임진각으로, 외치자 평화통일을!!

안 찬 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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