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중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의약품에 미국의 25%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 관세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미국과 협상을 통한 타협점 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 BYD 아토3.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는 중국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과 일본, 유럽이 받는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추이둥수 중국승용차협회 사무총장은 "(중국 자동차의) 미국에 대한 직접 수출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급부상했지만, 미국으로 가는 중국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적다. 금융 서비스업체 S&P 글로벌은 이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은 전체 자동차 수출의 약 2%에 그쳤고 전체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는 0.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이미 100% 관세를 부과한 상황이다.

S&P 글로벌은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트럼프발 관세 부과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부작용은 예측 불가능하고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중국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의 주요 투자국이다.

다만,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는 중국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해 가전, 통신 등에 널리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를 미국으로 대량 수출하고 있다. 또 재작년 기준 중국은 인도와 함께 2대 대미 의약품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 후 중국 전문가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왕창린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 방식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트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을 더 둔화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연합뉴스


중국 인민대학 경제학원 청다웨이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개발도상국에는 특별한 대우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그런 규정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신임 미국 상무장관에게 보낸 취임 축하 서한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왕 부장은 서한에서 "미국은 펜타닐 등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관세 10%를 인상했고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이 있다"며 "미국의 일방적 관세 인상 처사는 중미의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자 우려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때처럼 무역 합의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NYT에 중국이 제안한 것 중에는 태양광과 전기차, 배터리 같은 산업에서 약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미국에 대한 투자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이밖에 중국의 미국 수출품 대량 구매, 북한과 평화 유지 및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협력, 미 달러의 가장 뛰어난 세계 통화 지위 유지 등 약속도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를 4월 2일쯤 내놓을 것이라는 기존 발언에서 앞당긴 것으로, 관세 수준은 25%에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