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 의지를 공식 천명하며 북미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정상외교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시간 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의 필요성을 표명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시바 일 총리.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정상외교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달 23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다시 연락하겠다고 밝힌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 표현 등으로 인한 핵군축 협상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밝힌 비핵화 원칙이) 예전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를 유일한 목표로 삼아 모든 것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볼지, 일종의 원칙 환기인지를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핵화만 종용하는 메시지만 나온다면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더 높은 유연성과 더 낮은 문턱을 제시해야 북한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비핵화만을 전제로 상정했던 과거 방식을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기에 비핵화를 북미 협상의 출발점으로 내세워 협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나오기까지는 섣불리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위협을 자제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미국과의 '장외 신경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대치 국면을 이어가며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미국 본토를 겨냥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도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의 비핵화 촉구를 "구시대적인 망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명한 비난은 삼갔다.
북한은 논평에서 자신들의 핵무기가 "몇 푼의 돈으로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라며, 이는 대북 제재 해제와 비핵화를 맞바꾸지 않겠다는 의도일 뿐,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소통 채널을 복원했을 수도 있다"며, 협상 전제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1기 때처럼 연합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박 교수는 "연합훈련·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즉 일종의 '쌍중단'으로 북한과 대화 물꼬를 트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 등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북미 간의 긴장 속에 비핵화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