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도 무기 전시회를 열어 각종 장비와 도발 역량을 과시하면서 러시아를 향한 '무기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가 21일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초청해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열었는데 그 차기 행사다.
북한은 2021년에도 '국방발전전람회'라는 이름의 비슷한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서 소총과 탱크에서부터 정찰위성 발사용 우주발사체에 이르는 온갖 군사 장비를 끌어모아 과시했다.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어 우주 궤도에 올린 발사체 '천리마-1형'이 전시장에 놓였다.
천리마-1형이 무장장비 전시회에 나온 것은 여기에 위성이 아닌 탄두를 얹으면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처음 발사한 화성-19형, 지난해 4월 등장한 화성-18형 등 북한이 새로 내놓은 고체연료 ICBM들도 전시됐다.
화성-19형 앞에는 탄소섬유 뭉치로 보이는 물품을 유리상자에 넣어 전시했고, 미사일 맨 앞 탄두부에 단일 탄두를 넣었다는 그림도 패널에 그려뒀다.
탄소섬유는 정부가 지난달 북한의 화성-19형 발사 대응으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며 감시 대상으로 지정한 물품 중 하나로, 북한은 대북 제재·감시망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형, 북한의 주력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고체연료 미사일들을 앞세웠다. 이제 액체연료 미사일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무장장비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 무인공격기로 '북한판 리퍼'라 불리는 '샛별-9형'을 비롯해 최근 내놓고 있는 자폭형 소형 무인기들도 전시됐다.
지난 15일 북한이 자폭형 무인기들을 보도했을 때 BMW 승용차를 공격하는 새로운 형상의 무인기가 흐릿하게 처리된 채 공개된 바 있는데 이날은 사진상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이 무인기 사진에서 파악된 날개와 동체를 고정하는 고무줄을 토대로 '골판지 드론'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무기체계의 '끝판왕'이고, 레이더 탐지와 요격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고무줄로 날개를 결합한 형태의 골판지 드론은 국내외에서 제작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장에도 투입된 바 있다.
소형 무인기들은 이외에 장거리와 단거리용 자폭 무인기 추정 기체 등 최소 6종이 북한 보도 사진에서 식별됐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 드론 개발 동향과 우크라전 사례를 분석해 다양한 형태로 개발 중일 것"이라며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세부 형상을 공개한 것은 개발이 완료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지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무기 체계들도 포착됐다.
240㎜ 조종 방사포를 비롯해 '불새'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장갑차 등이 전시장에 자리 잡았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전시품들은 대부분 과거 공개됐던 무기체계로 보인다.
다양한 무기들을 한데 모아 대내외에 국방력을 과시하는 한편 이런 무기들이 언제라도 러시아에 제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북미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전시회 개막 연설에서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이를 통해 확인한 건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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