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30주기 당일에도 김정은 부각…"수령 염원 현실로"

- '독자 우상화' 흐름 분석…금수산태양궁전 김정은 참배 보도는 아직 없어

고철혁 승인 2024.07.08 12:36 의견 0
북한, 김일성 사망 30주기 직맹원 덕성발표 모임.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 사망 30주기인 8일 김일성 못지않게 김정은의 치적을 부각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2면 전부와 5면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업적은 주체조선의 만년재보로 영원히 빛을 뿌릴 것이다' 등 김일성을 추모하는 기사를 다수 게재했다.

이는 역대 김일성 기일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지면 할애로 여겨진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김정은의 업적, 특히 군사적 성과를 나열한 기사가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위대한 김정은 시대에 강성번영 하는 조국을 어버이 수령님(김일성)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시랴'는 제목의 3면 기사는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젖어 드는 7월"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김일성보다는 김정은 찬가에 훨씬 가깝다.

신문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키워주신 우리 혁명무력은 오늘 경애하는 총비서(김정은) 동지의 손길 아래 우리 국가를 세계최강의 전열로 억세게 떠받치는 주체조선의 무쇠주먹, 무진막강한 국력의 실체로 끊임없이 장성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00㎜ 초대형방사포,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공격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등 김정은 시대에 개발한 신형 무기체계를 거론하며 선대가 이루지 못한 "자위적 국방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부각했다.

또 "이 모든 현실은 우리 인민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문명한 인민으로 내세우기 위하여 그처럼 마음 쓰신 위대한 수령님의 염원이 현실로 꽃펴나고 있음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김일성의 기일, 그것도 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정주년인 30주기에 맞춰 김정은의 업적을 강조한 별도의 기사를 다룬 것은 최근의 독자 우상화 경향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는 김정은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내걸렸고, 당 전원회의에서는 김정은의 얼굴만 새긴 배지(초상휘장)가 처음 등장했다.

올해 들어 북한이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해온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태양절'이 아닌 '4·15'로 부르는 등 김일성이 곧 태양이라는 신격화된 표현도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과거 '태양'과 같은 선대의 그늘에서 제한적으로 정책 노선을 따라가는 후계자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이름을 내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한 이래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번 김일성 기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해왔다.

지난해 29주기에는 김정은의 참배 소식을 7월 8일 당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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