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 이대준씨 형 "북한 연락 채널 있었다", 文 회고록 반박

- 故 이대준씨 형, 문재인 회고록 '새빨간 거짓말' 반박

한강 승인 2024.05.21 00:22 | 최종 수정 2024.05.21 00:52 의견 1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요청한 북 피살 공무원 유족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지난 2022년 7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에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요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20일 단독으로 <서해 공무원 형 "文회고록 새빨간 거짓…대북 채널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고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하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한에 연락할 길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씨의 형 이래진씨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측과 연락 채널이 있다고 말했다"며, 책 내용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했을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공개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고 이대준씨)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수신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볼 수 있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래진씨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통일부 및 국방부에는 핫라인 등 대북 연락망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유엔사에도 있었다. 그런데 연락할 길이 없었다니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어마어마하게 난다"고 말했다.

[그래픽] 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결과

감사원이 지난해 12월7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통일부, 합동참모본부(합참), 해양경찰청(해경) 등은 사건 당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씨 피살 후 정부 당국자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기밀 자료를 삭제하고, 불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씨의 사망이 '자진 월북'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몰아간 정황도 드러났다.연합뉴스

다음은 20일 중앙일보에 실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시 북측과 대화가 끊어져 있었다는 뜻 아닐까?

"아니다. 사건 당시 내가 서욱 국방부 장관을 만났을 때 서 장관이 '북한과 연락 채널이 존재한다'며 '다만 군사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또 내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에 들어가 당국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장관은 '북한에 연락을 계속 취하고 있는데 수십 번 (연락)하면 딱 한 번 응답한다'고 말했다. 두 장관이 자신들의 입으로 대북 연락 채널이 존재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들을 부하로 둔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하는지 기가 막힌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당시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간 채널이 단절됐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된다.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같은 기업인도 북한과 돈 주고받는 얘기를 나누는 등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 기업도 가진 대북 연락망을 정부가 갖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나? 앞서 말했듯 군과 국정원 등에 적어도 4~5개 채널이 존재했다. 말도 안 되는 회고록의 주장을 접하면서 문 정부가 증거인멸 등을 통해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더욱 확신하게 된 이유는?

"당시 문 정부는 사건 관련 군 통신 자료들을 삭제하는 등 은폐와 조작에 전력을 기울였다는 정황이 뚜렷했다. 감사원도 문 정부가 동생의 월북 시도를 꾸미기 위해 첩보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하지 않았나?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명도 이에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으니, 그럴듯한 변명을 내놓기 쉽지 않아 그냥 '북측과 연락할 길이 없었다'는 너무나 손쉽게 반박 가능한 변명으로 넘어가려 한 듯하다. 결국 문 정부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더욱 사게 만든 자승자박으로밖에 안 보인다."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측 영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사살된 뒤 시신마저 소각당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문 정부의 대응이 "위법하고 부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에 구조 통지를 하지 않고, 이씨의 월북 시도로 꾸미려고 첩보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 당국자들은 사건 은폐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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