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칼럼] 대충돌! 김정은의 ‘두 개 조선 선언’과 우리 대통령의 ‘통일선언’

- 안 찬 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편집국 승인 2024.03.04 22:31 | 최종 수정 2024.03.05 08:22 의견 1

안 찬 일(사)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북한 체제의 반통일 선언은 이미 오래 전에 있었다. 무려 52년 전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선언은 평양정권의 두 개 조선 전략 그 자체였다. 그때 벌써 김일성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깨달았었다. 식량 자체 해결도 어렵고 계획경제로 나라를 운영하기도 어렵다는 걸 그는 사회주의 지도자 중 가장 먼저 깨우쳤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더구나 그는 대한민국과 접촉하다가는 북쪽의 세습국가마저 잃을 수도 있다고 겁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리더십에 한계를 느끼고 장남 김정일에게 정권을 이양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공산주의자였던 그가 제 정신을 차리고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대결에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것은 천만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의 손자 김정은이 근래 두 개 조선, 즉 한반도 두 개 국가론에 광분하는 걸 보며 그는 외모에서 뿐만 아니라 사고에서도 신통하게 저 할아버지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김 씨 왕조 80년 사에서 샌드위치격인 김정일 정권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 주민 300만 명을 아사시키는 등 파멸의 참모습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김정은은 이제 북한의 동토의 왕국 정리에 착수한 것 같다. 어차피 갈바에 핵무기 몇 방으로 승부를 결정짖자는 것인데 과연 대한민국과 미국이 그들의 ‘종말론’에 휘말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몇일 전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돼야 한다”며 통일의 대한 의지를 거듭 거듭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한일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에 반해 윤 대통령이 통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 아닌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배제’ 노선으로 돌아선 것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스스로 ‘반통일 세력’임을 자처하거나 말거나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자유민주 통일 담론을 확산시킬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가 맘 먹고 나서면 한반도에서 통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니, 교류협력이니 하는 겉치레 이벤트로 통일을 시늉냈을 뿐 진정한 통일노력은 하지 않았다. 왜? 준비 안된 한반도 통일이 가져다 줄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우리는 독일 통일의 후유증을 하나의 통일텍스트로 집착하여 왔다. 구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개혁과 개방 정책을 실시하던 당시, 1989년 8월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제한을 풀자 13,000명의 동독인이 헝가리를 통해 서독으로 탈출했다. 이러한 평화적 연쇄반응은 동독인의 민중 항쟁으로 이어져, 1989년 12월 9일 동독 지역 라이프치히 주민 7만 명이 거리에 나오면서 평화혁명이 시작됐고, 동독 최고지도자인 호네커를 몰아냈다. 민중이 독재자를 피 흘리지 않고 몰아낸 평화혁명이고 동독인이 이룬 동독 혁명이었다. 1990년 3월 동독 인민회의(국회의원) 선거에서 '빠른 통일'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압승을 거뒀고, 10월 3일, 당시 동독(독일 민주 공화국)의 5개 주가 서독(독일 연방 공화국)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통일 과정을 밟았다.

통일은 신의 계시를 받은 고르바초프가 준 선물을 동독인이 평화혁명으로 이룬 꽃과 같다. 서독의 흡수통일은 서독 언론의 시각에 불과하며, 동독은 독일 통일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동독에 대한 서독의 무상 지원은 없었다. 1972년부터 18년 동안 서독은 동방정책에 따라서 576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을 동독에 지원했으나 무상이 아닌 대가를 받고 지원했다. 실제로 서독과 동독의 매년 교역액은 46억 달러에 달했으며, 서독은 매년 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여간 독일은 통일 후 15년간 총 1750조 원, 연방 예산의 25~35%에 달하는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출했다.

2006년부터 통일 후유증인 '동독인은 2등 국민'이라는 지역차별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는데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덕분이다. 현재 한국에는 북한을 탈출하여 온 탈북민들이 3만 4000명이나 된다. 그들은 이 나라 통일연구와 정책 수립의 주변에서 맴돌뿐 그 주체로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그저 통일부나 통일연구 기관의 ‘샘플’에 불과하다. 이 모습이 바로 통일이 안 되는 원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선언은 먼저 통일의 주체를 살리고 그들에게 그 민족사적 대업을 과감하게 맡기는 것으로 시작할 때 열매로 맺어질 것이다. 통일관련 기관들을 통폐합하고 이북오도청을 리모델링 하는등 다가오는 통일국가 건설에 정부는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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