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사이버 해킹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불법 수출 등으로 23억 달러(한화 3조원대) 규모의 외화 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다양한 불법적인 통로로 약 2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사이버 해킹과 유엔 결의 위반 불법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 게임 '액시 인피니티'와 미국의 개인 간 금융(P2P) 기업 '하모니' 등을 공격해 7억 달러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가상화폐 탈취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이 훔친 가상화폐가 1조2천억원어치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비롯해 미사일 70여 발을 쏘는 등 가장 많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9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6기를 서해로 발사했으며, 12일에는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쐈다"며 "사이버 범죄가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해킹 외에도 지난해 석탄, 금, 무기 등을 밀수출해 3억∼4억 달러를 벌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 불법 파견한 노동자들로부터 3억∼4억 달러의 상납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했다.
이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안보리는 2017년 8월 북한의 ICBM '화성-14형' 발사에 대응해 석탄과 철, 철광석 등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제재결의 2371호를 채택한 바 있다. 또 2017년 채택한 제재 결의 2397호는 회원국이 2019년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를 송환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중국과 더욱 밀착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의료품 등 무상 지원과 원유 차관을 포함해 7~8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제공받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외화 수입 3분의 1에 해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WMD 개발에 가용 재원을 '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원이 북한 도발 행위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정 고갈이 심화하면서 무역 축소를 대체할 영역이 굉장히 필요해졌다"며 "과거처럼 노동자 파견을 늘리거나 광물을 수출해 외화를 얻기 어려워지자 불법적인 사이버 해킹 등으로 자금을 탈취하는 데 집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전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텐데, 불법적으로 얻은 외화 수입은 WMD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유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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