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작성했다는 '체포조 메모'의 신빙성을 재차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은 2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가 증인으로 나온 것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적다 말았다고 했는데 굳이 이 메모를 다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이유는 무엇이냐"며 "그 명단을 굳이 기억할 이유가 있느냐, 다른 목적을 갖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 그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메모를 받아적은) 보좌관이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니냐"고 캐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제 보좌관의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에 (메모의)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가 위치 확인 지원이나 정치적 활용 목적으로, 또는 민주당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느냐"고 재차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12월 11일이면 벌써 정보위원장 면담을 통해 관련된 사항이 다 나온 부분"이라며 그런 목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메모의 종류가 여러 개이고 체포 대상자가 14명인지 16명인지 불확실한 이유, 메모를 작성한 장소를 혼동한 이유 등도 캐물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 순서가 끝난 뒤 국회 측의 반대신문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최초 작성한 메모를 폐기한 뒤 자신의 보좌관에게 다시 작성하게 했으며 이후 가필한 경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12월 3일 밤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체포 대상자라고 지목된 10∼12명 정도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고 했다. 이게 1차 메모다. 이후 급하게 받아적느라 글씨를 알아보기 쉽지 않아서 보좌관에게 해당 메모를 주면서 "한번 정서를 해보라"고 지시했고, 보좌관이 2장 분량으로 인적 사항까지 적어 왔다고 한다. 이게 2차 메모이며, 이후 1차 메모는 폐기했다고 홍 전 차장은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다음 날 오후 4시 보좌관에게 "머리 똑똑한데 한번 적어보라"며 2차 메모를 보지 말고 기억에 의존해 복기하라고 지시했고, 이렇게 3차 메모가 작성된 이후 2차 메모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폐기했다고 밝혔다. 언론 등에 공개된 것이 3차 메모다. 그는 이후 보좌관이 작성한 것에 자신이 '1조, 2조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 '검거 요청'을 기억에 의존해 덧붙였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가필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이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명단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해서 나름대로 메모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며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메모 원본을 직접 가져왔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이 홍 전 차장의 체포 메모 작성 경위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그가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여 전 사령관과 통화했다고 했던 12월 3일 밤 10시 58분께 국정원 본청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취재진에 "적절한 시점인지 한번 묻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