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상무부 장관.연합뉴스
◆ 경제 사절단과 러트닉 장관의 만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경제 사절단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통상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양국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러트닉 장관이 대미 투자를 요청하며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라는 사실상의 기준을 언급한 만큼 이를 일종의 '청구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 러트닉 장관의 대미 투자 요청
러트닉 장관은 면담에서 대미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여분간 진행된 면담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유정준 SK온 부회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 조석 HD현대 부회장,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등이 참석했다.
면담 당시 공식 취임 전이던 러트닉 장관은 사견을 전제로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전담 직원을 배치해 심사 허가 등의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그 이상의 최고급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주요 내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각서에 따르면 미국이 전략 산업에서 동맹의 대(對)미 투자를 장려하면서 중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대중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연합뉴스
◆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러트닉 장관 선서식 이후에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우선주의 투자정책' 각서에 서명하고 특정 동맹과 파트너가 첨단기술과 기타 중요한 분야의 미국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촉진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절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10억달러를 넘는 대미 투자에 대한 환경 평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주한미국대사 대리와 면담하는 안덕근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셉 윤(Joseph Yun) 주한미국대사 대리와 면담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 양국 협력의 중요성 강조
재계 관계자는 "사절단이 그동안 한국의 대미 투자와 의지를 강조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소통의 물꼬를 튼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면담에서 언급된 '10억 달러'를 일종의 투자 기준 하한선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과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등으로 대미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의 머릿속도 한층 복잡해졌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