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교수 선정

-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로 태양전지 기술 패러다임 전환 및 세계 태양광 산업 발전에 기여
- 새로운 학문분야인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 개척

고철혁 승인 2024.07.07 17:25 | 최종 수정 2024.07.07 17:26 의견 0
수상소감 말하는 박남규 교수
2024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남규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광흡수 물질을 이용하여 안정적이면서 효율이 높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세계 태양광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태식)는 2024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남규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광흡수 물질을 이용하여 안정적이면서 효율이 높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최초로 개발하여 태양전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세계 태양광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남규 교수는 2011년 선행연구를 통해 알게 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화합물의 높은 흡광 특성을 착안하여 2012년 표준 태양광 조건에서 9.7%의 효율(당시 최고효율)과 500시간 장기안정성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이 연구결과를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하였다.

해당 논문은 발표 이후 8천300회 이상 인용(2024년 4월 기준) 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박남규 교수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연속으로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에 선정되었다.

또한 2012년 연구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후속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누적 발표논문 수가 3만8천200편을 상회(2024년 4월 기준)하고 있다. 이는 박남규 교수의 연구결과가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라는 새로운 학문 및 연구분야를 개척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음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박남규 교수는 국내외 특허 71건을 등록하고, 2008년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로 28억원의 기술이전료를 받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가 산업 발전과 과학기술의 위상 제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박남규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적극적인 후학양성과 더불어 활발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하여 국민들에게도 널리 알려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자 2003년부터 시상해온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공모와 발굴, 추천을 통해 접수한 후보자 총 17명을 대상으로 3단계 심사과정(전공자심사–분야심사–통합심사)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상자 1명을 선정하였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역대 수상자 현황(2003년~ 2023년) 총 46명 명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상자는 연구개발 업적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 기여도, 국민생활 향상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평가하여 선정되었으며, 지난 해까지 총 46명이 본 상을 수상하였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7월 10일(수)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하는 제2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수상자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할 계획이다.

수상소감 말하는 박남규 교수
2024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남규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광흡수 물질을 이용하여 안정적이면서 효율이 높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세계 태양광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연합뉴스


다음은 '2024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서면인터뷰’의 핵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수상 소감은 어떠신가요?

박남규 교수(이하 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는 저희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국내외 동료 연구자 그리고 학문적 기초를 알려주신 대학원 지도교수님, 프랑스와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 시절 스승님들의 도움 없이는 가능할 수 없었습니다. 제자들과 동료 교수님 그리고 스승님께 고마운 말씀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또한 가족의 헌신적 응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도 가능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꾸준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정부와 성균관대에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Q: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최초로 개발하고 2012년 학계에 보고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포토볼타익스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제가 석박사 학위 과정에서는 태양전지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산화물 페로브스카이트와 초전도체 연구를 하였습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전기를 가하면 색이 변하는 전기변색 연구를 박사후 연구원 시절 수행하였습니다. 다시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두 번째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염료감응 태양전지라는 주제를 가지고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때가 1997년이었습니다. 2000년에는 박사후 연구를 마치고 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를 계속하였습니다. 당시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공정단가 면에서는 경제적이지만 에너지변환 효율은 10% 수준에서 머물러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낮은 효율의 원인은 유기 염료의 낮은 흡광계수 때문입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또는 더 높은 효율을 얻기 위해서는 흡광계수가 높은 새로운 물질이 필요했습니다. 2007년 스위스 나노유로 학회 참석을 계기로 페로브스카이트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2009년 성균관대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매진한 결과 2012년 고체 페로브스카이트를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현재 연구하고 계신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박: 저희가 처음 학계에 발표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발표 당시 9.7% 변환효율이었습니다. 전 세계 과학 기술자들이 연구를 수행하여 현재는 26.1% 효율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과 비슷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이론 효율이 30% 이상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 수준보다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물질, 공정 및 소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양전지는 수십 년간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장기안정성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를 위해 장기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기존의 학문분야가 아닌,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시게 된 선구자로서의 삶에 어렵고 힘든 점도 많으셨을텐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도 같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 얻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큽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찾기 위한 과정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게 되니까요. 아주 작은 현상을 보고도 ‘재미있네. 흥미롭구나’ 라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과학기술의 매력이 시작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견할 때도 유기염료가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물질을 찾으려 시작한 연구 활동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매력입니다. 그것이 설사 실패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박남규 교수 연구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Q: 연구와 더불어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신데요. 연구자이자 스승으로서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박: 학생들에게는 가급적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하라고 조언해 줍니다. 현재 회자되는 기술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 나타날 기술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르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오히려 좋다’라는 역설적 사고를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석박사 과정에서는 가시적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방법을 찾는 일에 더 몰두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고기 그 자체보다는 고기를 잡는 법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설계한 실험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상심하지 않길 바랍니다. 실험을 하는 동안 얻어지는 지식 또한 앞으로의 연구에 매우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실험의 시행착오 끝에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Q: 과학문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와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과학의 대중화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접근은 곧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게 되면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극심한 기후변화도 생기죠. 이는 곧 인류의 삶과 직결되며 지구를 온전히 보존하고 인류의 삶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전지는 이러한 이유에서 개발해야 하는 중요한 기술이죠.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가솔린 자동차를 대체해야하는 이유가 되죠. 기회가 된다면 자문이나 강연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Q: 세계패권이 기술 확보에 있다보니 연구 외에도 연구비 지원, 논문 발표까지 모든 분야가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한 경쟁구도에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나 연구를 하다가 실패를 하는 경우 또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경우에는 어떻게 극복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박: 저는 1997년 미국 NREL 박사후연구원 때부터 지금까지 태양전지 한 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 우물 파기 연구 덕분에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연구비를 지원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립니다. 연구과제를 제안할 때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과정이 성실하고 창의적이라고 하더라도 우린 그 과제를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2009년 성균관대 부임하면서 고체 염료감응 태양전지라는 과제를 제안하였는데, 제안 당시 세계 최고효율은 4% 수준이었는데, 3년 뒤의 목표를 12%로 설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죠. 1차년도에는 4% 수준을 달성했지만, 2차년도 부터는 기존의 물질로는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이 필요했습니다. 그 당시 액체형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도 수행하였는데, 페로브스카이트의 액체에서의 용해성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게 되었고,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 끝에 2012년 9.7% 효율의 고체 페로브스카이트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12%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새로운 광흡수 소재를 사용하여 10% 수준을 이룬 것은 성공에 가까운 성과였습니다.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해답이 이미 있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목표는 높게 잡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새로운 기술이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 성과는 무엇인가요?

박: 사회가, 소비자가 요구하는 성능에 부합되는 플랫폼 물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기본적인 물질이 있는데, 태양전지에 사용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 보다 더 우수한 효율이 가능하고,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보다 더 선명하고 밝은 성능이 가능하고, 엑스레이에 사용되면 매우 낮은 엑스레이 도스에도 선명한 이미지가 가능한 물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물질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기초지식과 방대한 양의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다른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우연한 발견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도교수이신 최진호 교수님을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해 연구하시게 되었고, 미국 NREL에 가기전까지 태양전지에 대해서 연구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계기들은 교수님의 생에 찾아온 우연은 아니었을지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연구업적을 통해 일생에 한 번 받는 상입니다. 혹 다른 연구를 했거나 다른 삶을 사셨을 교수님을 상상하실 수 있을지, 어떤 연구에 매진하셨을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박: “최진호 교수님을 만나 페로브스카이트 기초연구를 하고, 프랑스 Guy Campet 박사님과 전기변색 연구를 수행할 때만 해도 태양전지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만약 미국 NREL의 아스프랑크 박사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태양전지 연구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제가 NREL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초전도체 연구를 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때 초전도체를 이용한 층간삽입 화합물 연구를 하였는데, 이 즈음이 1990년대 초였고, 1987년 층상구조를 갖는 구리산화물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발견되어 베르노츠와 뮐러 박사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면서 초전도체 연구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시기였습니다. 박사과정 당시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새로운 사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마 태양전지를 하지 않았다면 초전도 연구에 매진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용어 설명)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전세계 한인과학기술인의 최대 교류 장으로 과기정통부 주최, 과총과 19개 재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주관으로 7월9일(화)~11(목)까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다.

·페로브스카이트: 부도체, 반도체, 도체의 성질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산화물로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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