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촬영된 북한 나선 경제특구의 모습.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으로 5년간 잠겼던 빗장이 풀리면서 '베일 속' 북한 사회를 엿보고 오는 서방 관광객들이 후일담을 전하고 있다.

강력한 통제 속에서 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지만, 바깥 세상의 정보는 제한적이나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북한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관광객 및 여행사 관계자들이 전한 현지의 모습을 보도했다.

28세의 영국 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는 북한 당국의 '관광객 통제'가 예상보다 더 강력해 놀랐다고 전했다.

모든 관광객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맥주 공장과 학교, 약국 등 철저히 정해진 일정대로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는 "몇 번인가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미리 알려야 했다"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탄도미사일 목표물 명중 장면을 형상화한 무용을 선보였다.

공연 영상에는 빨간 넥타이를 맨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뒤편의 스크린에서 폭발 장면이 재생되는 모습이 담겼다.

오케네디는 "모두가 일하고 있었고,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며 "암울한 광경이었다"고 회상했다.

철저히 감시받는 여행은 때로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루는 '북한·러시아 우정의 집'을 관광한 뒤 방명록에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고 적었는데, 이후 가이드가 부적절한 내용이라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편집증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북한 나선 경제특구의 학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준 공연.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 인스타그램 캡쳐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을 방문한 조 스미스는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미스는 "호텔 방을 제외하면 난방도 되지 않았고 불빛도 희미했다"며 "춥고 어두운 미술관은 우리들을 위해서만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사진 속 깨끗하게 보이는 거리와는 달리 실제로는 길이 울퉁불퉁하고, 보도블록이 흔들리며, 건물들이 이상하게 지어져 있다고 전했다.

스미스는 북한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일정으로 '명품 시장' 방문을 꼽았다.

시장에서는 청바지와 향수, 가짜 루이비통 핸드백, 일제 세탁기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북한 당국은 이곳의 사진 촬영을 금지했는데, 이는 '소비 거품'이 나선 경제특구 바깥 지역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추측했다.

이곳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중국인들과 접촉이 잦은 관광 가이드들도 북한 바깥 세상에 대해 제법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전복됐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 듯했다.

스미스는 "때로 국민들이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면 강제로 몰아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지만,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