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이후, 계속해서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되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의 역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도 고려되었다.
피치는 "계엄·탄핵 사태 등으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몇 개월간 지속될 수 있지만, 이는 우리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피치는 "다른 AA 등급 국가 수준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중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하향될 경우,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정치적 교착 장기화에 따른 경제·재정정책의 효과성이 훼손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현저히 상승할 경우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의 보편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내년에는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는 또한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 노력에 따라 재정수지가 GDP 대비 -1.7%였던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는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대응과 구조조정 노력 덕분에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4.5%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GDP 대비 23%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은 한국의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 따른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 덕분에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되었다고 분석했다.
대북 리스크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대남 적대 발언이 지속되면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돼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피치는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작년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일부터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