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4시간 넘게 기자회견을 소화하며 러시아의 건재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약 4시간 30분에 걸쳐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를 진행하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상황과 러시아의 경제, 국제 관계 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러시아 국영방송과 각종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가 시작하자 푸틴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위협 등 모든 상황에도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고 국가가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4%에 달할 수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과열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권력을 이양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부탁대로 러시아를 잘 돌봤다고 생각하느냐는 영국 BBC 기자의 질문에 "나는 러시아를 지켰을 뿐 아니라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돌아오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이어 "주권이 없으면 러시아는 독립된 국가로 존재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했다.
미국 NBC 기자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시리아에서도 실패했다'고 지적하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서방의 예상과 달리 지난 2∼3년 동안 훨씬 더 강해졌다"고 반박했다.
또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에 설정한 주요 목표가 달성되고 있으며, 전선 전반에 걸쳐 전진하고 있다면서 전혀 우려하지 않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러시아 전체와 자신에 대한 시험이며, 자신은 지난 2∼3년의 기간 동안 농담과 웃음이 거의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정권이 반군에 몰락한 것이 러시아의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죽었다는 소문을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자랑하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타격 목표를 정해 서방의 미사일 방어 기술이 러시아의 최신 중거리 미사일인 '오레시니크'의 타격을 저지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자고 '결투'를 제안하듯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화와 소셜미디어 등으로 사전 접수된 질문 250만여건 중 특별군사작전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관계가 강화된 북한에 대한 질문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장악 중인 쿠르스크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인 태평양함대 155 해병여단 병사들이 메시지를 적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한 '우리가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 깃발을 공개했는데, 아시아계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 깃발을 들었다.
이는 외모가 북한인과 비슷한 소수민족 군인들이 쿠르스크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군을 부랴트인으로 위장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러 관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매우 자주, 거의 늘 조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자이자 내가 친구로 여기는 시진핑 주석에게 안부를 전한다"며 친분을 자랑했다.
러시아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 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이 모스크바에서 폭사한 것에 대해 그는 "우리의 관련 법집행기관과 특수 당국들이 이런 공격을 간과했다. 그들은 이 사건을 놓쳤다"며 러시아가 자랑하는 정보당국이 임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러시아의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우리는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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