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주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확히 하고 '해상국경선' 등 영토 규정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헌법 개정을 앞두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과 수위가 주목된다.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고 사회주의헌법 개정안을 심의하기로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
김정은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지시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김정은은 헌법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북반부'와 같은 표현을 삭제하는 동시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북한 헌법에는 서문에서부터 김일성·김정일의 '위업'이자 국가의 '과업'으로 '조국통일' 노력이 명시돼 있으나, 김정은 지시에 따라 개정 헌법에서는 이들이 모두 삭제될 것이 유력하다.
예를 들어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라의 통일을 민족지상의 과업으로 내세우시고"(서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중략),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제9조) 등이 삭제 대상이다.
통일 또는 평화통일은 지워지지만 무력 흡수통일 의지가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언론사(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정은의 발언에 비춰 유사시 핵무력으로 흡수통일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어떤 형태로든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은의 영토조항 신설 지시에 따라 서해 '해상국경선'이 어떻게 규정될지다.
김정은이 지난 2월 현지 지도에서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한 언급에 비춰, 북한이 2007년 주장한 '경비계선' 또는 그보다 더 남쪽으로 연평도·백령도 북쪽에 새로운 선을 그어 이른바 '해상국경선'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해상국경선 선포 및 운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분쟁수역화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NLL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정은은 1월 15일 연설에서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오 연구위원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처럼 북한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대치 상황이 벌어져 분쟁수역으로 인식되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해상국경선이라는 이름으로 해상 경계를 남쪽으로 내리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간) 충돌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1972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회의에서 채택됐으며 이후 작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 때까지 10차례 개정을 거쳤다. 이번 개정이 11번째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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