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되는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뵙고 다시 또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다"며 "기시다 총리와 저의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협력의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적, 경제적 밀착을 가속화 해나가는 움직임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날이 엄중해지는 국제 안보 상황 속에서 우리 양국이 3년 연속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일원으로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그 전략적 함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러북의 밀착은 한미일의 캠프데이비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결코 북대서양의 안보와 동북아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우방국들과 단합된 대응으로 확인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우리 양 정상이 견고한 신뢰 관계와 전략적인 문제 인식을 공유하며 이렇게 긴밀히 논의·공조하는 것은 뜻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불가분한 관계에 있으며, 이번에는 나토와 우리 인도·태평양 파트너와의 공조를 깊게 하는 장"이라며 "나토를 계기로 윤 대통령 북한 정세 등 최근의 안보와 국제적 제반 과제 중심으로 솔직하게 의견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반발하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달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보류' 판단을 내리며 강제노역 역사를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부 간에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임을 알리는 조치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최종 등재 여부는 이달 하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등재에 찬성할지는 일본의 조치에 달려있다"면서 한국 입장이 반영된다면 컨센서스(전원동의) 형성을 막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끝까지 등재를 반대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약 35분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다시 회담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하고, IP4의 일원으로서 3년 연속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평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지난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한 경제, 에너지, 미래세대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하고,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한일·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외교당국 간 준비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도 계속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라며 "앞으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IP4의 정상 자격으로 초청됐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기시다 총리와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11번째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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