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韓 우크라 무기지원 합법…북러와 동일시 시도 틀려"

- 북한의 대러 불법지원과 등가성 부여 안돼…한국 지원시 전선에 변화
- 한국 정부 '무기지원 재검토'에 첫 입장…"북한, 러의 우크라 불법전쟁 지원 안돼"
- 北, 전 세계 안정에 위협적 존재…中안보도전 맞서 유사입장국과 협력 중요
- 일문일답 정리...트럼프 귀환? "美대통령 누구든 인태 국가 협력 강화"

한강 승인 2024.06.28 11:15 의견 0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북한의 대(對)러시아 지원과 달리 '합법적'이라면서 현실화 시 전선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내달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을 초청한 것을 두고는 북한, 중국의 도전 및 위협에 맞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어떤 종류의 군사 지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결정은 한국의 몫"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은 첨단 방위산업이 구축돼 있고, 고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탄약도 보유하고 있고, 이 밖에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무기가 직접 전달될 경우 전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나토 차원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한 입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각의 지원을 동등시 하려는(equalize) 하려는 모든 시도는 완전히 틀린 것(completely wrong)"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 문제 사이에는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 만큼, 동일선상에 놓고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대(對)러시아 지원과 한국의 우크라이나 잠재적 지원 간에 어떤 도덕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이 전쟁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웃 국가를 침공한 전쟁이므로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지원도 당연히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위권을 행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합법이다. 유엔 헌장에도 명시된 권리"라며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이 한국이나 나토 동맹들을 전쟁의 당사자로 만들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이 현안이 한국에서 여전히 민감한 주제인 점을 고려한 듯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기간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하는 등 러시아 인사들은 연일 한국 무기 공급 문제에 대해 비난을 가하며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전쟁을 지원해선 안 된다"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 러시아는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북한은 지역 안정에 위협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정에도 위협"이라며 "나토와 한국이 가까운 파트너로서 북한이 제기하는 도전과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내달 9∼11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나토는 올해로 3년 연속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파트너국들 가운데 한국 및 아태 파트너들만큼 역량을 갖춘 국가가 없다"며 "안보는 지역 현안이 아닌 글로벌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는 북미와 유럽지역 동맹으로 남겠지만, 동시에 글로벌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도전을 비롯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논의 중인 협력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군비통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음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 간 즉각적인 군사원조를 약속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발표했다. 북한에 발신하고 싶은 메시지, 혹은 경고는 무엇인가.

▲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전쟁을 지원해선 안 된다.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고 역내는 물론 글로벌 안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100만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 전선에 보냈고, 지금도 계속해서 막대한 규모의 군사원조를 보내고 있다. 북러 조약은 양측이 얼마나 밀착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러시아, 북한, 이란,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갈수록 더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 한국 정부는 북러 조약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처음 언급했는데.

▲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종류의 군사 지원도 환영한다. 한국은 첨단 방위산업이 구축돼 있고, 고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탄약도 보유하고 있고, 이 밖에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결정을 내리는 건 한국의 몫이며, 우리는 한국이 하는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것(우크라이나전)은 우리뿐 아니라 아태 국가들의 안보에도 중요한 문제다. 푸틴 대통령이 이긴다면 우크라이나에 비극일 뿐만 아니라 다른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무력을 사용하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웃을 침공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게 된다. 북한, 러시아는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고, 특히 아시아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

-- 러시아는 한국의 재검토 입장이 나온 뒤 연일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무기 직접 지원이 러시아가 두려워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하나.

▲ (한국의 지원은) 당연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북한의 러시아 지원과 한국의 잠재적 우크라이나 지원 간에 어떤 도덕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전쟁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웃 국가를 침공한 전쟁이다. 즉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불법이다.

또 하나 염려되는 건 러시아가 이를 대가로 유엔 제재 및 결의들을 위반하면서 북한을 역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반면, 자위권을 행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합법이다.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도 명시된 권리다.

그래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각각에 대한 지원을 동일시 하려는 모든 시도는 완전히 틀린 것이다. 또 그것(우크라이나 지원)이 한국이나 나토 동맹들을 전쟁의 당사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 나토는 올해로 3년 연속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을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아태 파트너국들과 협력이 왜 중요한가.

▲ 우리는 한국과 우리의 아태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매우 생산적이고 중요한 회의를 했다. 나토 파트너국 중 한국 및 아태 파트너국만큼 역량이 있는 국가들은 없다. 나토는 북미와 유럽 지역 동맹으로 남겠지만, 사이버, 우주의 무기화 등 글로벌 위협에 직면해 있다.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도전 등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에서의 일은 유럽에 중요하고, 유럽에 일어난 일은 아시아에도 중요하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과 추진하려는 실질 협력 종류를 귀띔해준다면.

▲ 아직 언급하기는 좀 이르지만 현재 사이버 기술뿐 아니라 군비통제, 다른 여러 분야 이슈에 관해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정치적 대화를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은 지역 안정에 위협일 뿐만 아니라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된다. 한국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 도전을 제기한다.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나토와 한국이 가까운 파트너로서 북한이 가하는 도전과 위협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

-- 어제(26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후임자로 공식 발표됐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금과 같은 나토-인태 파트너국들과의 협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확신하나.

▲ 나토의 인도 태평양 파트너국들과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협력이 더 강화되리라고 예상한다. 인태 파트너국들과 협력은 32개 전체 회원국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다. 단일 국가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모든 동맹이 한 강력한 약속이다. 한국 및 아태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려는 건 우리(나토)에게도 이득이다. 그래서 이 협력은 계속되고 더 발전될 것이다.

-- 미국도 같은 입장일까.

▲ 그렇다. 미국은 이 아이디어를 시종일관 지지해왔다. 미국은 태평양, 대서양 국가라는 점에서 그들에겐 (인태 국가들과) 협력이 더 분명하게 필요하다. 기술이나 사이버, 테러 등 여러 분야에서도 나토와 인태 국가들이 서로 돕고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나토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맞서 강력한 제재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협력과 노력에 있어 함께 연대하는 것은 한국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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