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2년만에 '전국 파출소장 회의'…사회통제 강화 포석

- 4월 30일∼5월 1일 평양서 개최…"위법 행위에 투쟁해야"

고철혁 승인 2024.05.02 23:22 | 최종 수정 2024.05.02 23:23 의견 0
북한, 제5차 '전국 분주소장회의' 진행
북한 제5차 '전국 분주소장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5월 1일까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12년만에 전국의 경찰 말단 간부들을 수도 평양으로 집결시켜 사회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전국 분주소장 회의'가 개최됐다고 2일 보도했다.

북한의 분주소(分駐所)는 남한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성의 최하부 기관으로, 우리의 파출소에 해당한다.

대외적으로는 치안을 유지하고 국가와 인민의 재산, 생명을 보호하는 게 주된 임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반체제적 행위를 감시,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북한이 전국 분주소장 회의를 연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11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중앙통신은 "회의에서는 제4차 전국 분주소장 회의 이후 지난 10여년 간의 사업 정형을 총화하였으며, 사회안전기관의 직접적 전투 단위이며 인민 보위의 기본 거점인 분주소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사회안전사업 전반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도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김형식, 사회안전상 리태섭, 사회안전성 정치국장 심홍빈을 비롯해 전국의 분주소장 및 모범적인 안전원(남한의 경찰관에 해당)들이 참석했다.

보고를 맡은 리태섭 사회안전상은 참가자들에게 "사회안전사업의 전초기지인 분주소의 기능과 역할을 백방으로 높여야 한다"며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발전에 저해를 주는 온갖 위법 행위들과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려 당의 부흥강국 건설위업을 법적으로 튼튼히 보위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리 사회안전상은 또 "분주소 사업에서 반드시 극복하여야 할 편향적 문제들을 심각히 총화했다"고 통신은 밝혔지만, 어떤 문제점이 지적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제5차 '전국 분주소장회의' 진행
북한 제5차 '전국 분주소장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5월 1일까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12년 만에 전국 규모의 분주소장 회의를 연 것은 사회 내부 분위기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해온 그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집권 첫해였던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 체계'를 확립하고 이른바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차원에서 회의가 열렸다면, 이번에는 경제난과 더불어 갈수록 느슨해지는 사회 기강을 다잡으려는 목적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주민들이 남한과 서양 문화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잇달아 제정했다. 작년 12월에는 가장 작은 행정 단위인 '인민반' 조직운영법을 제정해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 프리덤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