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특명전권대사가 지난 6일 7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고인의 사망 원인은 언급하지 않은 채, 마체고라 대사가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과 심화에 크게 기여한 뛰어난 외교관이자 애국자”였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10년에 걸쳐 주북한 러시아대사로 재임하며 최근 강화된 북러 밀착 관계의 핵심적인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해왔다.
러시아 외무부는 마체고라 대사가 "일생을 조국에 대한 이타적 봉사로 헌신한 훌륭하고 재능 있으며 무한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그의 신중하고 현명한 리더십 아래 한 세대 이상의 외교관과 한국 학자들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 외무부는 오늘날 "러시아-북한 간 전례 없는 관계 수준은 다년간의 지속적 노력의 결과"라며, 마체고라 대사가 "그 관계에 귀중한 기여를 했고 여러 분야에서 진행된 작업의 선두에 항상 있었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하며 그가 양국에서 깊은 존경을 받았음을 덧붙였다.
1955년 11월 21일생인 마체고라 대사는 1978년 소련 외무부 산하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북한 주재 소련무역대표부에서 번역가와 무역관 등으로 근무하다 1999년 외교관으로 전직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전문가였다.
1999년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1등 서기관을 시작으로 주북한대사관 공사참사관, 러시아 외무부 제1아시아국 한국과장과 부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14년 12월 주북한 러시아대사로 임명되었다.
또한 부산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2015년 1월부터 10년 동안 주북한대사를 지내면서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양측 간 주요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평양에서 북한 고위 인사가 참석하는 연회를 개최하거나 러시아를 방문하는 북한 대표단을 공항에서 배웅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마체고라 대사는 대사 부임 초기인 2015년 11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북러 간 우호 협력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친선훈장 제1급을 수훈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로부터는 2018년 우정 훈장과 2024년 알렉산드르 넵스키 훈장을 받았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관계를 계속 심화하고 있고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마체고라 대사의 급작스러운 사망이 양국 간 각종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에서 거의 30년간 경력을 쌓고 최근 가장 역동적인 관계 발전을 최전선에서 목격한 마체고라 대사의 역할을 누가 대체할지, 차기 주북한대사로 누가 부임할지 등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달 21일 70번째 생일을 맞아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으며 지난달 말에는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를 잠시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텔레그램에는 마체고라 대사 동정 관련 마지막 게시물이 지난 2일 게재되었는데, 그가 지난달 말 러시아-북한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계기로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모스크바의 한 대학교를 방문해 한국 관련 전공 학생과 만났다는 내용이었다.